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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빅데이터 이야기

정말 지긋지긋한.. '4차산업혁명 이란?'

by 레비스탈(Levistyle) 2022. 9. 20.

4차산업혁명의 '정의'를 외우지 말고 그냥 '이해'하자.

 

내가 굳이 4차산업혁명 '정의'가 아닌 '이해'라고 표현하는 것은

(데이터 분석으로 먹고사는 내가 봐도) 마땅히 직관적으로 이해할만한 정의가 없어서이다.

시험을 볼 게 아니라면 그냥 전반적인 상황을 이해하는 편이 낫다.

 

실제로 SNS 상에서 4차산업혁명에 대한 언급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그게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제는 그렇게까지 새롭지 않기 때문이다.

 

SNS 상에서의 4차산업혁명 연간 언급량 추이

 

 


 

4차산업혁명을 '이해'하려면 가장 근본적인 질문 '두 가지'를 해야한다.

 

01. 과연 혁명인가?

02. 그래서 4차산업혁명이 온거야, 안 온거야?

 

혁명일까?에 대해 대답하려면 4차 이전의 1~3차까지의 혁명을 짚어봐야 한다.

 

그래야, 1~3차까지의 혁명과 4차 혁명으로 거론되는 기술적 이슈들이

서로 대등한 수준인지를 비교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나 다음에서 4차산업혁명을 정의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네이버 지식백과, 시사상식사전 '4차산업혁명'

 

1,2,3차 산업혁명은
제1차 산업혁명(1760~1840년) : 철도·증기기관의 발명 이후의 기계에 의한 생산
제2차 산업혁명(19세기 말~20세기 초) : 전기와 생산 조립라인 등 대량 생산체계 구축
제3차 산업혁명 : 반도체와 메인프레임 컴퓨팅(1960년대), PC(1970~1980년대), 인터넷(1990년대)의 발달을 통한
정보 기술 시대로 정리된다.
- Daum 백과

 

두 내용이 약간의 시기(연도) 차이는 있지만, 대략 비슷하니까 다시 정리하면 이렇다.

 

 

- 1차 산업혁명 : 증기기관(차) 발명. 철도가 생기면서 물건을 빠르게 이동. --> 지역 간 거래가 활발해짐

- 2차 산업혁명 : 전기 발명. 석유화학산업 발달. 대량생산(컨베이어밸트) 가능. 자동차 대중화 --> 소품종 대량생산

- 3차 산업혁명 : IT. 컴퓨터. 휴대폰(스마트폰). 인터넷 --> 디지털 대중화 시대

 

 

철도로 물건을 실어 나를 수 있게되니 지역 내에서만 소비되던 것들이 지역 간 거래로 이어졌을 것이고

대량생산이 되니 의류나 자동차 같은 생활에 질을 높여줄 물건들의 가격이 저렴해졌을 것이고

컴퓨터, 인터넷이 발달이 되니 그동안 특정 집단에만 공유되던 정보가 널리 널리 퍼졌을 것이다.

 

그래서 1~3차 혁명을 '혁명'이라고 부를 때에는

적어도 다음의 두가지 요소를 충족시키는 것 같다.

 

01. 뭔가 엄청난 '기술의 진보'였는가

02. 그 기술이 '대중화'에 영향을 미쳤는가

 

그리고 이 두가지 충족 요건 중 가장 중요한 것 딱 하나만 꼽으라면,

아무래도 "대중화"가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기술의 진보 자체만으로 혁명이라고 부르지는 않는 경우도 있으니까.

 

예를들어, 1차산업혁명에서의 중심인물로 '제임스와트'를 꼽지만,

제임스와트는 엄밀히 말하면 '증기기관 기술'을 최초로 만든게 아니라,

기존에 있던 증기기관을 활용해 '증기기관차'를 만들며 대중화시킨 것에 가깝다.

 

우리나라의 금속활자가 서양의 '구텐베르크 금속활자'보다 훨씬 먼저 개발되었지만

최초의 혁명으로 기록되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최초임에도 최초로 평가받지 못했던 것은

그것이 미치는 영향이 대중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https://www.hani.co.kr/arti/area/chungcheong/1018792.html

〈직지〉는 금속활자로 찍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책이다. 본 이름은 〈백운화상초록 불조직지심체요절〉이다. 1377년 7월 청주 흥덕사에서 상·하권 두 권을 간행했지만, 지금 하권만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남아있다. 서양 인쇄술을 대표하는 〈구텐베르크 성서〉(1455년 간행)보다 78년 앞서 간행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다.

 


 

 

그럼 이제 돌아가서 4차산업혁명을 이 기준에 대입해 보자.

 

01.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은 뭔가 엄청난 기술의 진보인가?

 

여기에 이견을 달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것같다. (있다고? 그러지마..)

4차산업혁명으로 표현되는 미래상을 보면, 가사도우미 로봇이 일상적으로 존재하고

막히는 차 안에서도 느긋하게 잠을 자거나 개인 업무를 할 수도 있다고 하니까.

심지어는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면 차가 알아서 나를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간다고 하지 않은가.

 

혁명스럽다.

 

이게 서두의 첫 번째 질문이었던,

01. 과연 혁명인가?에 대한 대답이다.

 

 

 

그럼, 두 번째.

 

02.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은 대중화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 질문에 앞서 "지금, 현재, Now 대중화 되고 있는가?"를 묻는다면,

사실 아직 먼 얘기처럼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이게 바로 서두의 두 번째 질문이었던,

02. 그래서 4차산업혁명이 온거야, 안 온거야?에 대한 대답이다.

 

시작은 되었지만 대중화가 되려면 '아직'이다.

 

 

사실, 3차산업혁명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이야 네이버로 검색하고, 스마트폰을 쓰고, SNS 활동을 하는게 일상적이지만

 

돌이켜보면 네이버가 설립된게 1999년이고, 아이폰이 국내 들어온게 2009년이며

인스타그램이 조금씩 퍼지기 시작한게 대략 2013년 전후이다.

 

지금이 2020년대 초니까, 기술이 처음 개발/런칭되고 20년 정도가 흐른 것이다.

 

 

'케빈 켈리' 저서의 '5000일 후의 세계'라는 책을 보면

세상은 5000일, 그러니까 대략 13년 정도마다 큰 변화를 겪었다고 한다.

그리고 공교롭게 2020년은 미국에서 아이폰이 출시된지 13년 정도가 흐른 시점이라고도 한다.

 

 

<'5000일 후의 세계' 책소개>

5000일 후의 세계

 

 

뜬금없는 얘기지만,

나는 가끔 빅데이터와 관련된 강의를 가는데, 거기서 늘 하는 얘기가 있다.

 

"자율주행차와 일반 자동차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그냥 '자동차'로 부른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4차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처음 생겼을 때에는 기존의 휴대폰을 피쳐폰으로 불렀다. 그래야 스마트폰과 기존의 폰이 구분되니까.

사람들이 더이상 피쳐폰을 사용하지 않게되면? 이제 사람들은 스마트폰 대신 휴대폰이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냉장고가 100원! 이라는 광고 문구를 보는 날,

 이미 우리는 4차산업혁명을 모두 누리고 있을 것이다" 라고도 한다.

 

오래전부터 IoT(사물인터넷)를 얘기할 때, 중심축으로 항상 거론되는게 '냉장고'였다.

사물인터넷이라는 건 집 안의 모든 게 다 연결되어 있어서 창문도 자동으로 열리고

알아서 공기정화도 시키고 알아서 우유도 주문해주고 하는건데, 이 모든 걸 인터넷으로 다 연결한다고 했을때

24시간 작동되는 냉장고만큼 매력적인게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벌써 20년도 더 된 얘기다. 하지만 아직 냉장고는 비싸고, 심지어 계속 비싸지고 있는 추세인데도

여전히 이런 IoT 기능은 아예 사용을 안하거나 일부 사용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IoT 시대가 되면, 냉장고는 사은품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싶다.

 

냉장고는 아무리 비싸도 한 번 판매하고 나면 고장나기 전까지 수요가 안 일어나지만

냉장고를 통해 주기적으로 공급되는 식료품은 마르지 않는 샘물과 같을 테니까.

 

말도 안되는 것 같겠지만 지금도 이런 시장은 있다.

포털사이트 메인에 '지금 가입하면 태블릿 공짜'라는 얘기가 왜 있겠는가.

인터넷 교체하면 TV주는 건 어떻고, 오래전 케케묵은 얘기지만 신문 구독하면 주던 자전거는?

 

앞으로는 냉장고를 판매하는 사업자가 삼성이나 LG같은 가전회사가 아닌

이마트, 쿠팡, 네이버/다음쇼핑 같은 쇼핑 판매 업자가 될지도 모를 일.

 

 

 

어쨌든.

 

그러니까, 내 생각에 '4차산업혁명은 온거야, 안 온거야'라는 질문에는

지금 시작되고 있다. 정도로 대답하는 게 맞을 것 같다.

 

 

 

 

4차산업혁명, 빅데이터, 자율주행, 인공지능, 머신러닝,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NFT..

 

이들 단어 중에서는 이미 정의가 궁금하지 않은 단어들이 있고

이제 막 정의를 외우려는 수요가 형성된 단어들도 있다.

 

그런데 이런 정의들이 외워지지 않으면, 그냥 이해하는 방향으로 선회해 보자.

그리고 이해되지 않는다면, 그건 뭐 그대로 그냥 두자. 언젠가는 이해조차도 필요없어질 날이 올테니까.

 

지금 스마트폰 정의가 필요한 사람? 

 

 

 

<참고도서>

 

- 한 권으로 정리하는 4차 산업혁명 (최진기 저. 2018)